일기

아들의 편지(TO:부모님께)

테너 2006. 2. 4. 10:38

 

 

 

87번 훈련병 이은! 벌써 입소한지 팔일 되어가네요

아직 본격적인 훈련은 못 들어가고 지금은 제식훈련이나 그외 기본적인 것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여기는 사회랑은 달리 제한되어 있는 것도 많아서 첫날엔 적응이 잘 안되었어요

 

하늘이는 학교 어디 넣었어요?

(이번 수능시험 본 여동생의 소식이 궁금했나 해서..)

 

저 먹고 다니는거나 생활 하는건 걱정 마세요

그럭저럭 아직은 할 만하고 통제하는것만 잘 따르면 크게 어려울것 없어요.

사진을 준비해 오지 못해서 조금 적적한감은 없진 않지만,

이곳은 지내는 동안에 심심할 틈이 거의 없어요.

 

요즘은 뭐하고 지내시나....?

하여간 이것저것 궁금한것 투성이에요

이곳엔 연무대 교회가 있어서 교회도 꼬박꼬박 나가고 그래요

 

글씨는 가능한 예쁘게 쓰고 싶은데

그게 아직은 잘 안돼요. 그리고 저 이번에 세례받아요

(실상은 유아세례를 받음 단 입교문답을 받지 못해서 내 아들은 착각하고 있음)

 

연무대 교회에서요 원래 신광교회에서 받았어야 했는데

여러모로 늦다보니 이제서야 하네요

 

기도는 요새들어 꼬박꼬박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배운걸 종합해 보면 바느질이랑 관물대정리, 침구정리, 군복입기, 정도예요

 

어쩌다보니 감기에 걸려 기침좀 많이 하고 그러지만

내일 의무대 이용할 참이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편지까지 이렇게 보급 받아서 이렇게 쓰고 있기는 한데 뭘 더 써야 할지..

생각은 많이 했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까

그냥 쓰게 되네요 그러니까 요점은,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예요.

 

교회에서 초코파이 주는걸 하나 먹어 봤는데

밖에서 먹는것 보다 맛있었어요.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선임이 구타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이곳에서도 금지하고 있구요 자대배치 받을 때 쯤 되면

전화도 전화도 자유롭게 쓸 수 있있을 거예요

 

엄마 건강은 좋아지고 있죠?

(아내는 자가면역성 간염 만성 질환자이니..아들이 가장 걱정 합니다)

 

지금 와서 보니까

군대 오기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이...

나 한테 꽤 소중한 것이 많았구나....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 지내면 이것저것 더 알고 많이 생각하고 그럴것 같아요.

가능한 무의미하게 다녀오는곳이 되지 않게 제가 잘 관리해야 되겠죠.

2년이란 시간은 시간 쓰는데 따라 다르니까요.

 

설날인데....맞나?

아무튼 나 없으니 다들 심심 하겠네요.

그래도 오늘은 주말이라 이렇게 나른하게 앉아서 편지도 쓰고...

가만 있어도 내무실 만담가들 덕에 심심할 틈이 없어요

 

내일이면 난이도도 조금씩 올라가고 바빠질것 같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군대용어가 있잖아요.

생각하는것에 따라 그날 그날이 다른게 맞는것 같아요.

 

하여간, 할일도 많지만,

여기선 오늘 하루 하루만 충실하게 하면 다 술술 풀리는 것 같아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즐길 건 더 즐기고 참을 건 더 참아보고.

그냥 더 열심히 해야죠.

 

아버지는 어머니 심심하지 않게 해주시고 그러세요.

 

오랫만에 전화도 한통 했으니 그런데로 만족스럽기도 하고....

또 쓸께요. 기도 많이 하세요 from: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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