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지긋지긋한 눈의 폭격

테너 2005. 12. 23. 09:50

 

 

첫눈이 왔다!
그런데 그 첫눈이 폭설로 왔다!!

첫눈이니까 봐줄 수 있다.
그런데 그 이후로 계속해서
눈이 온다 낮에는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밤만 되면 온통 천지를 하얀 눈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학교에 가야하는 난
차에 쌓인 눈을 치우며
20~25분 정도 차를 정비한 다음
용감하게 미끄러운 길을 나선다.

어느땐 운전이 필요 없다
차가 제 맘대로 움직인다.
며칠 해보니 이제 요령이 생긴다.

중고차를 살 때
ABS 와 TCS가 장착된 차량을 구해서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러나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첫눈이 오고 3일 빼 놓고 계속 눈이 와서 날린다.
시골집이 불안 하다 거리가 멀기도 하지만
가볼 엄두를 못낸다

혹시 눈의 무게를 못이겨 폭삭 내려 앉았나?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거의 30년 전 강원도 철원 옆에
김화에서 근무 하던 생각이 난다.

내가 근무하던 부대는 해발 600여 고지로
겨울엔 영하15도 이상이 된다.
평균 20도 정도 모든 물은 얼어버린다.

소변을 보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모두
얼음 알갱이로 변해 버린다....
푸세식 화장실의 대변은 떨어지며 얼기 때문에
옆으로 퍼지지 않고 탑이 되어 나중엔 변기통 위로 올라온다

그 때가 되면 도끼를 들고 화장실 바닥으로 내려간다
그래도 괜찮다 모두 다 얼어서 냄새도 안나고
모두 고체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가져간 도끼로 변탑(?) 밑둥을 쳐서 자르면 변탑이 무너진다.

쫄병의 겨울은 혹독했다.
아래 연대로 부터 오는 도로를 확보해야 했다.

길이 끊기면 부식차가 못와서 부대원 전부 굶어야 되니까.
필사적으로 밤을 새워 도로에 쌓인 눈 과의 전쟁을 했다.
그러다가 동상이 걸려 동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줄 알게 됐다.

동상으로 발 뒷꿈치가 아파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동상 때문에... 그래서 날카로운 송곳으로 동상 부위를 여러번 찔렀다.

검붉은 핏방울을 한사발 쏟은 다음
약을 바르고 괜찮아 졌다.
그때부터 눈은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질문했다

'지금도 눈이오면 기분이 좋은가?'

아내와 새끼들이 똑같이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니오! 눈 이젠 지긋지긋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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