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추억

짓궂은 선생님 이야기

테너 2014. 4. 7. 20:33

 

마침내 대학을 졸업하고 공립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우선 도비강사로 익산 근교 삼기중학교에 결원이 생겨 임시교사로 가게 됐다.

어린 여학생들 내 눈엔 꼬마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나를 짓궂게 놀리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 우스웠다.

 

그 중 가장 나이 어린 젊은 선생이 나였다.

 

중학교 여자 아이들은 선물과 편지를 자주 주었다.

내가 지나가면 무리지어 나를 불러 세우고

경찰에게 신고하듯 옆 친구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한다.

 

"이 친구가요! 선생님과 결혼 하고 싶데요..킥 킥"

"죠기 저애는요 선생님 수업 시간엔

꼭 치마 달린  예쁜 옷을 입고 온데요...히히힛"

앙갚음 하듯 당한 애가  말한 애를 손가락질하며

"이얘는요 쉬는 시간에 선생님 만 밖에 나오면 뛰면서 좋아하고

교무실 앞에  지켜 서서 선생님 볼라고 기다린대요...키득키득"

 

수업을 진행하면서 칠판에 글을 쓰며

교과서를 읽고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는데

어떤 아이는 교과서를 안보고 

내 얼굴 만 빤히 쳐다보는 게 부담이 되어  겸연쩍은 마음에 빙긋이 웃어 주었다.

어찌 할 줄 모르고 얼굴이 붉어진다.

 

다음날 수업이 끝나고 복도를 걸어오는데

그 아이가 나를 졸졸 따라와 할 말 있느냐? 했더니

머리를 살살 흔들며 아니라 하면서도 따라온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안 보이는 장소에 이르자 얼른 내손에 뭘 쥐어준다.

큼직하고 빛깔 좋은 노란 단감을 주고 막 도망가 버린다.

 

어찌나 깨끗이 닦았는지.. 뺀질뺀질 윤기가 나고

얼굴이 비칠 지경이 되도록 손에서 닦여진 탐스런 열매였다.

먹는 게 너무 아까와 책상위에 놓았더니.

몇 시간 뒤 옆에 있던 선배 선생님이 칼로 잘라서 먹어버린다.

먹으며 하는 말이 가관이다

 

이런 과일은 빨리 먹어야 다른 사람한테 안 뺏겨..

아끼다가 똥 되니까.. 주는 즉시 먹어버려..

그 아까운 감을 먹는 옆 선생님이 미웠다...

그런 예쁜 감을 먹는 선생님이 야만인처럼 보인다...

 

교무실 분위기는 짓궂은 아이들과 똑 같았다.

화분에 심은 방울토마토가 익어가고 있었고

붉은빛으로 몇 알 열린 토마토를 바라보며

신중한 자세로 열매를 닦아 주면서 나이 드신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이 다 듣도록 한마디 한다.. "

이 열매 따먹는 놈은 사람이 아냐.." "틀림없이 개 일꺼야.."

 

바로 그때

내 책상위에 예쁜 감을 먹어버린 선생님이

그 말 끝나기가 무섭게. 으르릉...멍멍...하고 소리를 내더니..

가장 탐스런 토마토 열매 하나를 똑 따서

입속에 쏙 넣고 와싹와싹 먹어버리는 것이다.

 

화분 주인 나이 드신 선생님이 어이없어 멍 하는 동안...

교무실 선생님들 배꼽 빠지는 웃음소리

손바닥으로 책상 두드리는 소리에 유리 창문틀이 흔들거린다...

하이고! 저놈 못 말린다니까..

교무실에 있는 먹을 것은 저놈이 죄 먹어버리니..

저 게 사람이야? 짐승이지.. 

 

예.. 전 개입니다. 돼지도 좋고요. 뭐라 부르셔도 달게 받겠습니다.

결국 익은 것은 누가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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