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기억들
이성적인 사랑과 처지를
동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인데...
가끔 우리는 그런 것들을 혼동하며 살아가고 있다.
첫사랑과의 헤어짐도
말 실수에서 비롯 된 이별이었다.
첫사랑의 성격이 너무 과묵하고 어느 때는 한마디 말도 없는 여자
여고 시절에도 옆에 앉은 짝꿍과 말 하기 싫은 날은
한마디도 안했다고 고백처럼 말하던 첫사랑......
나도 말하기 싫은 것이 많았던 시절
피아노 연습실에 어깨를 기대고 앉아서
묵묵히 피아노 치는 것 외엔 할 말이 없던 첫사랑에게
무엇보다 우리집안이 망한 이야기는 말하기 싫었고
돈이 없어 데이트를 할 수 없는 내 처지도 말하기 싫었다.
더욱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선물도 할수 없던 처지가 싫었다.
군대를 가기 앞서서
어느날 그녀에게 용기를 내어 말했다.
군대 가면 3년간 나를 기다릴 수 있겠어요?
다들 기다리지 못하고 헤어지던데...
기다리지 못 할 것 같다면 우리 헤어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되겠죠?
그녀가 응수하듯 나에게 한 말은
지금까지 옆에 있어 준것은 엄마가 돌아가셔서
불쌍해서 동정심에 같이 있었다는 말을 하였다.
역전 대합실에서 손가락 걸고 약속한 말
그녀가 전에 한 약속과 너무 틀린 말을 하였다.
순간 모멸감과 동정심으로 나를 만나... 위로해 줬다는 말에 따귀를 때리고 나와 버렸다.
사실 말 실수를 한것은 맘에도 없는 이별을 이야기하며
군대가면 헤어질 것이라는 마음 상하는 이야기로 첫사랑의 심기를 건드린 내 말이
그녀의 맘에 없는 동정심 이야기로 비화 되었고...
그녀의 따귀를 때리고 나온 내 알량한 자존심은 참기 힘든 것도 아니었는데...
그 때부터 모든 일이 틀어져 버렸다.....
그녀가 다시 다가와 사죄를 하였다.
말을 잘못해서 미안하다며 오늘 오전에 한 말은 마음에 없는 말이라며...
그런데... 그순간... 어머님 돌아 가신 옆에서
친척들이 내가 불쌍하다고 동정하는 척하며
우리집의 돈 될만한 것들을 어머님이 갚지 못한 빚 대신
아끼던 전축과 살림들을 가져 가는 것을 보며
심한 모멸감을 느끼던 것과 마찬가지로....
동정심 운운하는 것에 대한 심한 저항감이 나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사실 사랑 하는것과 동정심과는 차원이 다른데..
자존심이 상한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받아 드리지 못했다.
그 뒤에 그녀를 만나도 외면하고...몇개월 후 군대로 가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살을 기도했다고...
아니 불면증에 복용하다가 살고 싶지 않아 많이 먹었다는 말이 어울릴것 같다.
뒤 늦게 알량한 자존심으로 첫사랑을 아프게 한 내 자신이 잘못되어
첫휴가를 나와서 사죄하고 싶은 마음에 찾아 갔다가..
이미 마음을 고쳐 먹은 첫사랑의 냉대로 내 마음은 죽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녀와 갈등 속에 지나간 젊은 날의 꿈은 고통과 슬픔으로 채워지고
행복해야 할 내 청춘은 어두움의 그림자로 덮여져서...
꽃 처럼 아름다운 젊음의 시절 그렇게 허송한 세월은 아깝기만 한데....
왜 그토록 젊음의 시절을 자학하며 고통스럽게 살았는지...
몰라도 너무 모르던 젊은 시절은 이제는 결코 다시 돌아 오지 않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