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주년 기념 동창회와 내 회갑
올해 내가 환갑이 되는 해이다
부모님 모두 환갑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뜨셨다.
이제는 수명이 길어져서 100세 시대이니...
겨우 60세인데 잔치를 벌인다는 것은 넌쎈스에 해당하는 일이라서...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로 생각을 하고 아내도 모르게
우리 자식들도 모르게 감쪽 같이 말하지 않고 지내기로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30여년전 교직을 처음 시작하던 고교 제자가 어느날 전화를 했다.
이번 토요일 30주년 기념행사를 할텐데 꼭 참석하여 주시라고....
그러면서 그 때 당시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들도 모두 오신다는 소식도 전해 준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젊은 날 제자들도 제자들이지만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들 중에 정말 가깝게 지내던 선생님이 여럿 있었다.
그중에도 비밀스럽지만 바로 옆 반에서 같이 담임교사를 하던
영어 선생님과 나이 차이가 조금 나서...
공개적으로 우리는 짝꿍이라고 공표했던 여선생님이 생각 난 것이다
어느 땐 애인처럼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한 성품의 비단결같은 사람이며
항상 옆에서 짝꿍이 되어 대화를 나누고 팔짱끼고사진찍고
옆사람들이 착각 할 정도로 오누이처럼 지낸 선생님......
지나가는 세월 속에 묘하게 그 선생님 근황이 알고 싶기도 하고
애인이 없었다면 프로포즈를 하고픈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분이 있었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라라와 같이 일하던 지바고가 떠나가는 라라를 두고
아쉬운 눈물을 훔치던 장면처럼.... 두고 두고 세월 속에 아쉬운 사람이었고
그리운 사람을 놓치고 뒤돌아 후회하던 그런 분이었다....
그날 가서 보니 그분이 안 오셨다
속으로 실망도 되었지만 제자들의 환대 속에
내 생일이 바로 오늘인 것을 그 때야 깨닫게 되었다.
그냥 지나가려는 환갑 잔치를 30년 전 제자들이 지금 베풀어 주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하며 감동이 왔고 30년 전 꽃미남 선생님이라고...
여학생 제자들이 노골적으로 이제는 끌어 안고 싶다며(?) 포옹을 하고
한참 시끄럽게 돌아가는데
보고 싶던 영어 선생님이 눈앞에 보인다
우리 둘은 손을 꼭 잡았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지만..
기념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우리 둘의 손은 놓지 못하고 잡고 있었다.
그 때보다 더 농익은 모습으로 아름다운 얼굴이고
세월이 비켜간 젊은 모습에 순간적으로 저분의 남편에 대한 질투가 생겼지만
어찌하랴.... 그와 결혼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종교 때문이었다.
그녀는 불교이고 나는 기독교인이어서... 내가 포기를 하게 되었다.
아내는 신학교를 다니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몇년 더 기다리고 결혼을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느 때는 몸이 건강한 아내를 얻었더라면
내가 이렇게 힘들지 않고 살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나중에 인사도 안하고 나와 버렸다...
잘못하면 내 감정을 들킬 수 있으니
다 늙은 사람이 남의 사람을 연모했다는 느낌이나
그런 야릇한 생각을 보인다는 것은
나의 인격이 용납 할 수 없는 처지이고 추억으로 만 간직 해야 한다...
이렇게 비망록에 기록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제는 흘러간 물이기 때문이리라
흘러간 물로는 물방아를 돌릴 수 없으니 말이다.
인생은 다시 살수 없다...
단 한번의 인생이니 신중하게 잘 선택하며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