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이야기

첫사랑과 요천수(水)

테너 2016. 10. 30. 23:09

 

 

 

 

 

 

 

 

 

투명하게

비치는 맑은 강물이

너무 깨끗하게 보여 암석층으로 된 천변으로 내려가

더운 날 요천 강물의 느낌은 역시 시원하게 손등과 목을 식혀 주던 기억

 

광한루의 오작교를 걸으며

나는 이도령이 되고 그녀는 춘향이가 되어서 

손을 맞잡아 꼭 깍지 끼고 서로 바라보며..

행복한 얼굴로 해맑게 웃던 그녀의 모습이 어른 거린다.

 

딸아이가 발령 받아 간

한빛중학교를 방문하고 나와서

40년이 지난 후 다시 찾아간 남원 

벚꽃이 만발한 강둑에서 광한루원이 보이는

요천 강가를 거닐면서 나는 잠시 착각에 빠져 버렸다.

 

손을 잡은 아내는

첫사랑으로 둔갑을 하고...

요천강가를 거닐던 40년 전 그 시절로 돌아가서

강물이 너무 맑아 오히려 슬프게 보였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그 시절 눈에 비친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은

모두 다 아까운 느낌으로 서럽고 눈물이 나오던 때...

 

더욱 행복감을 느낄때면 

까닭을 알 수 없는 슬픔의 그림자가

내 영혼을 덮어 버리고 모든 것이 순간처럼 지나가는 것이

늘 아쉽기만 하고 내 행복감은 서럽게 더 짜릿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밝은 하늘은 파란색이고

맑은 물도 언제나 그렇게 투명한데...

왜 우리 인생은 하루 하루 늙어 가는지? 

행복감을 느끼면 시간이 아쉽게 느껴지고 그 순간을 꼭 붙들고 싶었다.

영원히 그자리에 머무르고 싶은 순간이 지나면 시간의 흐름은 항상 슬픔으로 느껴졌다.

 

모친의 갑작스런 죽음

그 충격이 마음을 지배했고 몸살을 앓듯이

밤새워 인생의 의미를 찾던 시기였으며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뇌염으로 죽은 여동생의 모습 고교 2학년 때 죽은 뒷집 여자 친구 

 

외아들을 두고

대학 시험 기간에 돌아가신 어머님까지..

그 시절 사별(死別)의 기억은 모든 것이 다 슬픔이었다. 

 

내 아내는 첫사랑에게

없는 자상함이 있어 더 좋았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의 추억은 언제나 애틋함의 미련으로

남아 있는 것처럼 언제고 비슷한 환경과 기회가 주어지면 떠오르는 추억이 되는가보다.

 

아내는 첫사랑 이야기가 나오면

몸이 아파 맘 고생을 시킨 자기 대신 그 첫사랑을 선택하지 않았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사실 아내는 천사처럼 이해심이 많고 너그럽다.

총각 시절의 아픈 과거를 표현하면 그 때 자기가 옆에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라 이야길 한다..

 

아내의 장점은

격려편지를 적어 보내는 취미가 특기였으니

외롭지 않도록 격려 해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여인이다.

 

총각시절 힘들 때

나에게 편지를 써준 것이 발단이 되어 아내와 사랑에 빠졌다.

첫사랑이 가지지 못한

자상함을 가진 아내와 주저없이 결혼하게 되었지만

이율 배반적으로

첫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이루지 못한 사랑의 미련 때문이리라...

 

 

 

 

 

 

 

지리산 자락 

남원시를 지나 서쪽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시냇물

향교천이란 이름으로 나뉘어 

개울을 만들며 남원의 뒷쪽 으로 흘러 요천으로 합류하는 곳

조그만 시냇물로 내 첫사랑의 살던 집의 50미터 정도 되는 앞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집에 놀러 가던 날

바라다 본 그녀의 집 전경은 소담스럽게 아름다운 기와집이었다.

 

집 뒤에는 낮은 언덕처럼

솟아 오른 소나무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는 숲이었고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 아래로 

깊은 곳도 훤히 바닥이 보이는 시냇가엔

나무들과 야생화가 듬성듬성 자라나고 그 사이의 돌들이

알맞게 돌출 되어...그 사이를 요리 조리 피해 흐르는 시냇물

암석을 타고 내려가면 언제나 손목을 적실 수 있는 맑은 물로 얼굴을 씻을 수 있던 장소 

 

첫사랑 그녀와 

서로 손을 잡고 의지하며 내려 간 개울물

그 때가 초여름 6월  현충일로 기억 되던 날이다.

 

지리산에서 발원한

맑은 물은 더욱 차가와 한 낮의 더위를 금방 날려 버릴 만큼

시릴 정도의 찬 물로 얼굴을 적시며 정신이 번쩍 들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

 

 

방앗간을 돌아

넓은 공터를 지나면

내 첫사랑이 살던 집이 오롯이 나타나던 곳...

 

그녀의 모친은

남자 친구인 내가 나타나자

딸과 내 모습을 번갈아 쳐다보며 환한 얼굴로

벌써 사위라도 얻은 것처럼 내 손을 꼭 잡으며 우리 딸의 남자친구를 보니

이제 내 여식이 다 자란 느낌이 든다고 말씀을 하시던 기억

 

     내모습을 보시며

     흡족하셨는지 남자 친구 잘 간수해라!

서로 아껴주며 잘 지내도록 여러번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나에게 첫사랑의 성품을

걱정스런 어조로 잘 부탁한다며

어릴 때부터 말수가 적어 너무 조용한 딸을 걱정 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일찍 남자 친구가 생길 줄 몰랐다면서...

 

그러나 내 딸은 가장 참한 미모를 가진

이 마을에서 가장 인물이 출중하고 공부도 잘해

명문의 여고를 다닌 딸이라고 자랑을 잊지 않으셨던 기억.

 

융숭한 접대가 

내맘을 불편하게 했던

어린 내 행동거지는  그저 황송한 마음으로

어쩔 줄 모르고 주는 밥상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긴장했던 그날의 잊혀지지 않던 그녀의 집 뜰안

그렇게 조심스럽고 몸둘 바를 모르던 장소를 탈출한 첫사랑과 나는

요천 강가에 나와서 손을 서로 잡고 쳐다 본 하늘은 눈이 부시게 밝았던 기억

 

첫사랑의 행복한 미소와 

모든 것을 허락 받은 신랑 신부가 된 착각 속에

서로 몸을 의지하고 거닐던 그날의 기억은

40년이 지난 오늘도 잊혀지지 않고 생생하기만 하다.

 

기찻길이 있었고

역에서 멀지 않은 길을 따라

찾아 간 첫사랑의 집은 너무 변하여 도저히 찾을 수 없었고

옛날처럼 지리산에서 맑은 물은 그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개울물에 가까이 다가가서

얼굴과 손목을 적시던 기억은 생생한데

그녀가 살던 집은 없어지고 그 옆에 큰 도로가 뚫리고...

 

옆으로 저쪽에

KBS 남원 방송국이 있고

높은 빌딩처럼 아파트가 단지로 들어서고..

옛날 기차가 머물던 역은 사라지고

덩그러니 역사 건물 만 그곳에 자리를 잡아 옛날의 장소임을 증명하고

그곳은 공원으로 변하여 별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참으로 답답한 기억은

육체적 접촉을 혐오하도록 

세뇌 당한 내맘은 참 아이러니 한 것이었다.

그렇게 짜릿할 정도로 예쁜 첫사랑을 옆에 두고

수많은 기회 속에 서로의 입술을 나눌줄도 모르고 무서워하던 바보

그저 가슴만 두방망이질 하던 덜 떨어진 내 모습을 생각하면...

 

입마춤은 

자연스럽게 연인끼리

나눌 수 있는 특권이란 것

그 사실을 알고 난 먼 후일 첫사랑을

그리워하다가 내 따귀를 때리며... 후회하고 아까워 하며

지나간 날을 아쉬워 해봐도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그날은 지나가고

다시는 내 앞에 그런 날이 오질 않는다는 사실

나의 아쉬운 추억은 그 요천이 흐르는 강 언덕 

광한루원과 요천 강가를 그리운 추억 속에서 영원처럼 거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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